킹콩 King Kong


No, it wasn't the airplanes. It was beauty killed the beast


(스포일러로 생각할 수 있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리 심한 건 아니지만.)

1938년 전설적인 원작이 나온 후 거의 67년만에 만들어진 2번째 킹콩 리메이크작은, 헐리우드에서 가장 방대한 프로젝트 중 하나였던 반지의 제왕 감독인 피터 잭슨의 이름만으로도 굉장한 홍보 효과를 거뒀다고 생각합니다. 당시대 사람들의 입장에서 원작을 보지 못한 많은 요즘 관객들이 고릴라가 설치는 유치한 영화로 생각하고 있는 '킹콩'과, 21세기 들어 가장 놀라운 영화를 만들었던 '피터 잭슨'의 어느 쪽에 더 무게가 실렸을지는 그리 오래 생각하지 않아도 알 수 있겠죠.

확실히 피터 잭슨은 대단한 감독입니다. '킹콩'을 리메이크할 때 필요한 것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고, 그걸 요즘 시대의 정서에 맞게 훨씬 디테일하게 표현하고 있어요. 피터 잭슨의 '킹콩'에서, 콩은 좀 더 나이들었고 피곤해 보이며 전보다 더 인간적입니다. 여주인공 앤은 원작보다 훨씬 능동적이며 매력적인 인물이고, 심지어는 가장 악역에 가까운 캐릭터인 영화감독 덴헴까지도 완전히 미워할 수 없는 사람이죠.

그리고 무엇보다 '킹콩'은 재밌습니다. 원작의 가장 큰 장점이 스펙터클과 엔터테인먼트성이었던 것처럼, '킹콩' 리메이크는 해골섬에 상륙한 지점부터 정신없이 이어지는 논스톱 롤러코스터식 전개를 보여줘요. 3시간이 지난 것도 모를 정도로 계속 이어지는 현란한 스펙터클을 보고 나면 정말 구경 한번 잘 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죠. 이 재미만으로도 킹콩은 찬사를 받기 충분한 영화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죠. 다른 분은 어땠을 지 모르지만,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어색하다고 느낀 것이 한 두번이 아니었습니다. 그 중 가장 큰 의문은 이 앤이라는 여자의 행동이예요. 앤은 콩이 자신이 아닌 앤을 위해서 자기를 구해줬다고 생각한 걸까요? 의외로 인간적인 콩의 행동을 이해하고 정을 느꼈다고 해서 그렇게 맹목적으로 맹수를 사랑할 수 있을까요?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건 맨하탄에서 콩과 재회할 때의 앤이죠. 분명 해골섬에서의 보낸 시간은 잊을 수 없겠지만, 그것만으로 갑자기 저렇게 깨소금이 쏟아질 수 있나요? 콩이 "나쁜 사람"들에게 괴롭힘당한 "좋은 동물"이기 이전에, 애인을 죽이려고 했고 자기를 구하러 왔던 동료를 살육했으며 뉴욕 사람들의 목숨을 뺏었는데도 콩 쪽의 편을 한결같이 들 수 있을까요?

분명 콩과 앤의 사랑에서 이성의 사랑 감정과 같은 느낌은 상당히 사라졌고 콩의 흉폭한 살육자적인 측면도 원작에 비해 훨씬 줄어들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설명이 부족하다 싶은 느낌은 어쩔 수 없습니다. 이건 콩에게 지나치게 인간적인 측면을 주려고 한 피터 잭슨의 탓도 있어요. 원작의 콩은 원시 그대로의 흉폭한 동물이었고, 앤에게 성적인 호기심도 품고 있었습니다. 그가 앤을 사랑한 만큼 앤은 그를 사랑하지 않았죠. 그게 원작 영화 '킹콩'의 비극입니다.

하지만 리메이크 '킹콩'에서는 앤은 더 적극적으로 변하고 콩에게 애정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감정의 이유를 좀 더 설득력있게 묘사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리메이크의 앤은 적극적이고 매력적인 여성이지만, 너무 고결하게 그려진 덕분에 붕 뜬 느낌을 줍니다. 온갖 고초를 당해도 상처 하나 없는 완벽한 여성의 이미지랄까요. 이런 게 감독의 의도일 수도 있겠고 앤의 캐릭터성일 수도 있지만, 저는 이거야말로 그다지 인간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마지막 맨하탄 부분도 결말을 알고 있어서 좀 지루한 느낌입니다만, 이건 충실한 리메이크작의 어쩔 수 없는 한계라고 생각되네요. 주위 사람들에게 꼭 극장에서 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정말 잘 만들어진 영화지만, 제 기대만큼은 충족하지 못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 reindeer.x-y.net 에서 옮겨온 글입니다.

by Reindeer | 2008/02/09 10:34 | Favorite - 영화 | 트랙백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reindeer.egloos.com/tb/3611500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