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2월 11일
메탈 기어 솔리드 3 Snake Eater

일본 게임의 전체적인 특징이 내러티브와 캐릭터성을 중시한다는 거지만, 그 와중에서도 코지마는 유별나게 "이야기를 좋아하는" 제작자입니다. 자기 머리 속에 있는 오타쿠성 네타와 현실적인 쟁점을 잘 버무려서 애절한 드라마와 함께 아주 거창하게 포장하고 싶어하는 의욕에 불타는 사람이죠.
하지만 그는 그 내러티브를 와닿게 하려면 일단 게임의 구조부터 탄탄해야 한다는 걸 깨닫고 있는 현명한 제작자이기도 합니다. 그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게임성 면에서도 빈틈없는, 신선한 시도와 치밀한 디자인으로 무너지지 않는 성처럼 탄탄하게 쌓여진 게임들이예요. 하지만 그 탄탄한 성마저 그에게는 내러티브를 강조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중요합니다. 그가 만들고 싶어하는 이야기는 일본의 다른 제작자가 만들고 싶어하는 이야기와는 성격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탄탄한 게임성이 필요 불가결했던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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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제작 스타일은 이미 1987년에 MSX 용 게임으로 메탈 기어 1의 기획서를 작성했을 때부터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그는 기존의 일본 게임의 스타일을 고수하기보다는 "영화같은" 구조의 새로운 스타일을 원했어요. 그 결과 무적이 아닌 주인공이 적 기지 속으로 잠입해서 액션과 함께 드라마틱한 갈등 과정을 거쳐가며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는 정말 헐리우드 영화적인 게임이 탄생했습니다. 그 전에도 코지마가 만들던 게임은 여러 가지 있습니다만, 이 메탈기어 1이 진짜 코지마 스타일의 시작이라고 봐도 되겠죠.
그리고 메탈기어1 발매후 1년이 지나 결정적으로 그의 팬들이 생겨나게 된 계기를 만든 야심작인 어드벤처 게임 '스내처'가 나오고, MSX용 메탈기어의 속편 '메탈기어 2 솔리드 스네이크'가 나오게 되자 그 스타일은 완전히 완성되게 됩니다. 그 이후의 그의 게임은 솔직히 이 게임들의 반복이라고 봐도 무관하죠. 스내처를 처음 만들 때 그의 나이가 불과 24살이었으니, 그 후로 17년이 지난 지금도 현역으로 뛰기에 충분하군요. 입지도 굳어졌으니, 앞으로 20년은 더 현역에서 게임을 제작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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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번 3편의 시나리오는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잘 다듬어진 편입니다. 단순한 짜임새와 극적 재미로 따지자면 1편이 제일 낫겠습니다만,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코지마의 의도를 생각하자면 3편은 가장 완성도 높은 영화로 만들어진 게임이라고 말할 만하거든요. 일단 1편보다 훨씬 제대로 된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고, 2편보다 훨씬 깔끔하게 정리된 플롯을 가지고 있어요. 만화 캐릭터 같은 보스들도 나름대로의 개성을 살리면서 스토리엔 크게 관여하지 않도록 조정되어서, 엔딩까지의 스토리 흐름을 깔끔하게 살리고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덕분에 더 보스, 오셀롯, 에바와 같은 주연들에 국한된 단 하나의 드라마를 즐길 수 있게 된 거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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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문제는 시점입니다. 배경이 야외로 확장되어 좀 더 능동적인 행동이 필요한 상황인데, 시점은 메탈기어 시리즈의 전통적인 탑 뷰를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는 게 문제입니다. 야외에서만 시점이 변한다든가, 아니면 레이더까지는 아니더라도 화면 한쪽에 맵을 보기 쉽게 표시해 준다든가 하는 배려만 있었어도 주관 시점(R1) 버튼을 연타하는 플레이가 되진 않았을 거예요. 적의 위치 선정에 실패해서 결국은 람보 플레이를 하게 만드는 레벨 디자인도 2에 비해 모자란 느낌이고, CQC의 지나친 강화도 거슬리는 점입니다. 애초에 CQC는 그 사기적인 공격력 외에는 사용할 의미가 없는 시스템이예요. 적을 협박할 수 있다는 것이나 방패로 사용해서 쏠 수 있다는 건 좋지만 그다지 게임 상에서 자주 쓸 필요가 없는 행동이구요.
하지만 주위 사물을 이용하도록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위장 시스템은 메탈 기어 시리즈에 어울리는 굉장히 좋은 시스템이라고 생각됩니다. 되도록 다음 시리즈에도 나왔으면 합니다만, 스토리 배경이 미래로 돌아간다면 그것도 힘들지도 모르겠네요.
분명 상당히 잘 만들어진 게임이고 저도 정말 즐겁게 플레이했지만, 내러티브에 집착한 나머지 나머지 뒷마무리가 약간 소홀한 느낌이 아쉬운 게임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제 Z.O.E 2의 제작자인 무라타 슈요가 맡은 메탈기어 솔리드4가 제작개시되고, 코지마 히데오의 신작은 전혀 상관없는 다른 장르의 작품이 될 거 같던데.. 완전 신작이 될 코지마 감독의 신작은 약간 늘어진 감이 없지 않은 메탈 기어 솔리드 시리즈보다 새롭고 의욕적인 게임이 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1 물론 진짜 영화로 만든다면 좀 얘기가 달라지죠. 이런 시나리오로 영화를 개봉하면 과연 몇 명이나 높은 평가를 내려 줄지 알 수 없습니다. "영화로 만들면 망할 것 같은 게임"의 차트 1위에 등극한 적도 있는 메탈기어 시리즈니까요. 하지만 게임 시나리오와 영화 시나리오는 엄연히 다른 범주니, 게임 시나리오로는 나무랄 데 없다고도 생각합니다.
* remains.x-y.net에서 가져온 글입니다. 확장팩인 Subsistance가 나오기 전에 쓴 글이죠. 확장팩 이후 시점 문제는 확실히 좋아졌더군요. 코지마씨도 신작에 전념하겠다는 말을 뒤로 한 채 완전히 MGS4에 참여중입니다. -_-;
# by | 2008/02/11 03:24 | Favorite - 게임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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